식물 고층화

    우리들이 건물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높이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물을 수평으로 늘어놓으면 땅값의 부담이 커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식물들도 우리처럼 집을 고층화한다. 그 이유는 이웃 식물들에게 공간도 남겨 주고, 토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층이 거듭될수록 문제가 따르게 된다. 3층 사람이 소란을 피우면 2층 사람이 피해를 보는데, 그 해결이 쉽지는 않다. 심하면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식물들에게도 위와 아래의 갈등이 있다.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면 식물의 잎은 살 수 없다. 자기 잎 바로 위에 이웃 잎이 겹칠 때, 말하자면 ⓐ(위층/윗층) 마루가 자기 집 천장이면 하늘을 쳐다볼 도리가 없게 된다. 하지만 식물들은 아주 훌륭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지면에서 가지 꼭대기까지 나선형의 계단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계단은 기하학적인 규칙에 따라 같은 간격으로 올라간다. 나선 층계로 된 높은 탑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오른쪽 그림은 벚나무의 가지와, 잎이 붙었던 위치를 함께 나타낸 것이다. 최초로 싹이 튼 가장 아래에 있는 잎1에서 출발해 보자. 여기서 가지를 휘어 도는 가상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잎2가 있다. 이 잎2는 잎1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곳에다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올라간 곳에 있는 3층의 잎3은 잎1과 잎2와 겹치지 않는다. 그렇게 반복하여 잎6에 이르면 비로소 잎1 바로 위에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잎6은 5층 계단의 높이 때문에 잎1이 빛을 흡수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 제일 아래에 있는 잎과 겹치게 되는 잎이 나타날 때까지를 한 사이클이라고 한다. 이 사이클이 식물의 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벚나무의 사이클은 잎1에서 출발해 잎6에서 겹쳐졌기에 5가 된다. 다른 기준도 있다. 한 사이클을 이루기 위해서 몇 바퀴를 도는가를 따져보기도 한다. 벚나무는 잎1에서 잎6에 이를 때까지 두 바퀴를 돌고 있다. 이 사이클과 ⓑ(돌음/돎/돔)의 수를 분수로 나타내는데, 이를 식물의 ‘개도(開度)’라 한다. 그러니까 벚나무의 개도는 2/5가 된다. 



      그러면 다른 식물들도 벚나무와 똑같은 개도를 가질까?  식물들은 덮어 놓고 남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느릅나무의 경우는 잎3에서 잎1과 겹친다. 두 계단만 올라가 한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다. 나선도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이다. 결국 느릅나무의 개도는 1/2이다. 백송의 개도는 5/13인데, 다섯 바퀴를 돌아 14번째 잎에서야 첫 번째 잎과 같은 위치에 놓인다는 말이다. 이처럼 식물은 자신의 집을 건축할 때, ㉠전체적으로는 공통적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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